2017년 7월 23일 일요일

부모 없는 자식: 최저임금 만원

요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란이 활발하다.
그런데 몇가지 이상한 일이 있다.
첫째. 누가 이것을 주창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그저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에 있었다는 말만 나돈다. 그것은 누가 어떻게 만든 공약인가? 캠프 내에서 누가 이것을 주창했는가? 누가 이 정책의 산파 역할을 했고, 누가 최대 후원자 역할을 했는가? 아무도 '이것은 내가 적극 밀은 정책이다. 이것이 잘되면 내 공이고 잘못되면 내 탓이다' 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것은 작년에 있었던 총선 때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때는 누가 어떻게 만든 정책 공약인가? 이것도 불분명하다.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로 임명된 홍장표씨등이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할 때 이를 구현할 정책 수단의 예시로 최저소득 인상을 거론한 적은 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론 그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을 정책 수단 중 하나로 들었을 뿐 2020년까지 만원으로 인상하자고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둘째, 이것의 취지도 모호하다. 소득주도성장론에서 주장했다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주요한 정책 수단이 아니라 예시에 불과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바로 정책 수단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무슨 수로 경제 전체적인 임금소득을 올리겠다는 것인가? 그러자 이에 대한 응답으로 최저임금 인상이나 통신요금 인하,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이 거론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예로 든 것이지 몸통은 아니었다. 경제 전체적으로 봐도 이것들은 새발의 피다. 이것들을 다 한다고 해서 임금주도 성장이 되지는 않는다. 피고용자 총 보상(total compensation)이 약 650조 원이다. 이중 임금소득이 약 550조 원이 될텐데 5%만 증대시키려해도 일년에 30조 원을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자에게 1천원씩 더주고 통신비 조금 내려봤자 10조 원 근처에도 못간다. 
묻고 싶다. 최저임금 만원은 소득주도성장론의 몸통인가, 아니면 예시인가? 김상조처럼 마중물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퍼 올릴 지하수는 어디서 나오나? 그리고 언제 어떻게 나오나?
셋째, 근거도 없다.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로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할 기준을 무엇을 할지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 사람이 없다. 국제적으로 최저임금을 얘기할 때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보다 더 많은가 아닌가를 우선 본다. 한국은? 이미 거의 45%에 달한다. 조금만 올려도 금방 50%를 넘어버린다. 만원이면 중위소득 50%를 훨씬 넘어버린다.
넷째, 이것을 실시하면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정부 측 예상 시나리오 조차도 없다. 이 정도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책이면 이것을 실시할 경우 예상 효과가 무엇인지가 나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상대로 정책 효과가 나는지를 나중에 챙겨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아직까지도 언론에 의한 논란과 국회예산정책처 등이 만든 회계적 자료만 있을 뿐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인상 결정 다음날 예상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자기들이 일은 저지르고 나서 그 다음날 이를 옹호하는 대신 부작용 경감 대책을 늘어놓는 것은 세상에 처음 본다. 이 정도 되는 사안이면 정부 내 누군가가 이것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내가 주창한 것이고,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통령과 정책 담당자가 동의한 것이고 이러이러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누군가가 나와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가? 
요약하자. 아이는 태어났는데 내가 그 아이 부모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일은 벌어졌는데 내가 했다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누가 주장한 것인지도, 취지도, 근거도, 예상 효과 분석도 모호하게 여기까지 왔다. 대기업노조의 선무당 소리를 당론이라고 받은 김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어제 문대통령이 일단 해보고 내년에 가서 다시 보겠다고 했단다. 자기들도 덜컥수를 둔 것을 두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댓글 7개:

  1. 공감하는바가 많아서 많은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데 혹시 다른곳에 퍼가도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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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저임금 1만원이 아니라 2만원을 주장하는 자로써, 한가지 묻고자 합니다.
    계시한 글의 내용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을 하는 것인지, 반대를 하는 것인지가 모호한 것 같습니다. 단지, 누가 주창했는지가 불분명하고, 취지가 모호하다고 하며, 판단의 근거가 없고, 경제효과 예상도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섣부른 정책 추진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글을 마무리 했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진행중인 최저임금 인상 로드맵은 2022년 시간당 15불로 정해져 있습니다. 과연 자본주의 미국에서 왜 이런 결정이 이루어 졌겠는지요? 정부에 있는 정책입안자들 중에서 조금만 조사를 하면 캘리포니아 주와 뉴욕 주에서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제적인 백그라운드 자료들을 살펴 볼 수 있을 겁니다. 출발을 그곳에서 해서 한국 실정에 맞게 수정을 가한다면, 최저 임금 1만원에 대한 공선생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걱정은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앞서도 주장했듯이 1만원이 아니라, 2022년까지 2만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하단 부터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서 경쟁력있는 자영업과 소기업들로 재편되고, 그 모멘텀이 중기업과 대기업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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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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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을 읽어보고 그냥 제 생각이 어떠한지하고 글을 남깁니다. 캘리포니아, 뉴욕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왜 올리는지 그것에 대한 여파가 얼마나 우리 한국 사회에 미칠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다른나라가 올린다고해서 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오르기는 하겠지만. 미국은 우리와 규모가 전혀 다르고 사회 구조또한 다르지 않습니까? 사장의 마인드로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당장 시급이 만원이 오른다. 지금최저를 7000원이라고하면 3000원을 더내야하는데 근로자가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고 치면 2만4000원 한달이면 40만원을 더 지급해야합니다. 그 근로자가 100명이라면 4억입니다. 1000명이라면 40억 공선생님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질병은 원하청이라고 하셧는데 하청에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몇만아니 몇백만일겁니다. 제가 사장이라면 당장 인원감축이라는 메스를 들이댈겁니다. 경쟁력있는 자영업 소기업? 지금 다들 베이비부머들도 치킨장사 커피장사로 뛰어들고 있는데 국가에 불을 낼수도 있는 방법 일 수도 있습니다. 정규직으로 대규모전환은 필연적으로 인원감축을 의미할 겁니다. 그래도 고용이 불안정한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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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공선생님 덕분에 경제 열공 중인 무식한 아줌마입니다. 헌데 이 번 글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공선생님에게 화가 납니다. 최저임금 1만원 받으면 안됩니까? 논리적으로 감히 공선생님께 따질 수는 없지만 공선생님 말씀으로 서러움과 울분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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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선생님 덕분에 저도 다시 공부중인 학생입니다. 1만원을 받으면 안된다는 말씀을 하신게 아닌 그 기준이나 도대체 왜 1만원인지 그1만원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것과 잃을 수 있는것 이러한 것에 대한 예측이 없는데 주구장창 1만원을 외치는 것인지 하는 것에대한 물음이 아닐까요???
      저도 학생으로서 1만원으로 오른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숫자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버리면 정부입장에서 실업률 공약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고 기업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이 되는 결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대한 종합적인 결론이 나와야하는데 아이를 낳았는데 부모가 없다... 이말이 정말 맞는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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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경제용어 중에 비 의도적 실업이라는 말을 알고 있습니다.
    알바 최저 임금은 시장 논리에 맞춰서 자유롭게 관리 돼야 하나요?
    선생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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