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대기업 살찌우는 중소기업 지원정책


I. 생태계적 시각에서 본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난번에는 경쟁에서 도태되어야 할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아서 중소기업 부문 전체의 역동성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를 얘기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사회가 일종의 묵계에 의해 중소기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들은 재임기간 중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고, 관료와 은행 역시 이에 편승해서 보신주의에 급급할 뿐이다. 관변 학자들은 관료가 불편해 할 이야기를 삼가고, 개혁 학자들은 자기 진영과 노조 눈치를 살핀다.

이런 불편한 문제를 덮으려다 보니 나오게 된 것이 온갖가지 중소기업 지원책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많고, 보조금 제도가 널려있는데도 한국의 중소기업 부문은 시들어만 간다. 이 정도 되면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지 않은지 의심해 볼만도 한데, 한국의 정책집단은 마냥 옛날 레코드를 음량만 늘려 틀어댄다. 그러니 성과가 날 리도 없다.

게다가 그런 정책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2012년 9월 21일 금요일

모두가 외면하는 중소기업 구조조정: <종횡무진 한국경제> 비틀어 읽기

지난 글에서는 김상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확대 원인을 주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에서 찾는 것에 대해 내가 평시에 느끼던 불편함을 토로했다.

사실 김상조의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보기 드물게 잘 쓴 책이다. 한국에는 학문적 훈련이나 깊이도 없는 사람들이 복잡할 수 밖에 없는 경제문제를 단순화해서 자기가 다 아는 척하는 글과 책이 난무한다. 경제학을 공부한 후 여러 나라의 경제정책 분석에 관련된 일을 했고, 귀국 후 제조업체과 금융업체에서 일을 하면서 현장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경험한 나로서도 가닥을 잡기가 어렵게 얽히고 설킨 것이 한국경제다. 내 능력이 부족한 것은 그렇다치고, 수십년을 한국경제에 대해 공부한 우수한 학자들도 벅차게 느낀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한국 경제체제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같다.

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내가 실명 비평을 하는 이유

블로그를 시작한지 3주가 지났다. 그런데 글을 본 친구들이 하나 같이 걱정을 한다. 그렇게 남이 쓴 글을 갖고 개인적인 자리가 아니라 남들이 다 보는 블로그에서 비평을 하면 그들과 사이가 나빠지지 않겠느냐고. 오늘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글에서 이름을 언급한 사람들 대부분은 나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여전히 혼란스러운 재벌개혁과 양극화 관계: 김영욱과 김상조 컬럼을 통해 본다

최근 며칠 사이에 경제민주화에 관해 상반되는 의견이 신문에 실렸다. 지난 금요일 중앙일보에 실린 김영욱의 컬럼과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김상조의 컬럼이 그것이다.

김영욱은 경제민주화의 목적은 양극화 해소라고 전제한 후, 재벌은 양극화의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상조는 경제 민주화의 과제는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로 나누고, 재벌 개혁이 경제 민주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경제 민주화의 출발점이 된다고 주장했다. 어디에서 이들 시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이들 각각의 주장에 대해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들 주장이 그동안 이 블로그에서 내가 얘기해온 것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거니와, 각각의 주장이 갖는 문제점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양극화에 관련된 논쟁의 중요 문제점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의 인식들이 각각의 문제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김상조의 주장이 갖는 문제는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 더 큰 문제라고 하겠다.

이제 각각의 주장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2012년 9월 12일 수요일

눈 뜨고 보고만 있는 부자 세습


한국의 양극화에는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 부분도 있지만 의지만 있으면 대책을 마련하기 쉬운 것도 있다.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 증여를 통한 부의 세습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증세를 주장하는 진보층도 별 관심이 없다.

연합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성년자 보유 주식이 지난 해 말 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2012년 9월 11일 화요일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정부 권한 남용

지난 이틀 간 몇 가지 눈에 띄는 경제 뉴스가 있었다. 정부가 소규모 경제 부양책을 내놓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번 경기 부양책에 대한 반응은 비판 일색이다. 아마 정책 당국자라고 해서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추경예산을 짜야 한다는 여당의 요구에 밀려 뭔가 하는 흉내를 내야 하는 공무원들도 죽을 맛일 것이다. 발표를 맡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최상목의 에서 속 마음이 드러난다.

“마른 수건을 짜니까 안 나와서 여러 가지 모아서 수건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기자가 연내에 추가로 할 계획은 없느냐라고 질문하자 "생각하기도 싫다."라고 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정책결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바람직하지 않은 특징이 드러난다.  바로 행정부에게 과도하게 위임된 재량권이다.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경제민주화의 뜻은 여당이 정하기 나름


"애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관하여 물었다. 공자께서 대답하여 말씀하시었다. 문왕과 무왕의 훌륭한 정치는 목판이나 간책에 널브러지게 쓰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정치는 흥할 것이고, 그러한 사람이 없으면 그 정치는 쇠락할 것입니다."

哀公問政. 子曰, 文武之政 布在方策. 其人存 則其政, 其人亡 則其政息
(중용 20장 哀公問政章: 중용역주, 김용옥)
경제민주화는 그 개념의 추상성 때문에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고 무엇을 포함해야 하는 가에 대한 논란은 공허한 말싸움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누가 되었든 낱말풀이를 해보았자 잘하기가 어렵다. 그것 보다는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 각각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이번 주 경제민주화에 대한 토론회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여당 내부에서의 논의가 이번 주 더 구체화될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그 추상적 논리 구조가 무엇이든 새누리당이 구체화하는 만큼만, 그것도 대통령 선거 전에 입법화되는 만큼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 새누리 당 논의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2012년 9월 7일 금요일

김기원의 경제민주화 낱말풀이 실패

어제, 김기원이 경제민주화의 뜻을 정리하고자 컬럼을 썼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의미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한 후 한국에서의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 논리가 이상하다.

2012년 9월 4일 화요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관계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와 무슨 관계인지 좀더 들여다보자.

실제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사이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밝힌 글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예외적으로 유종일의 <진보경제학>, 김기원의 토마토TV 인터뷰 정도가 있을 뿐이다.) 

재벌개혁에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김기원, 김진방, 김상조 3인을 들 수 있다. 김기원은 토마토TV 인터뷰에서 재벌 문제를 첫째, 재벌총수와 기업 사이의 이해 불일치, 둘째, 재벌그룹과 국민경제의 이해 불일치, 셋째, 재벌그룹과 국가 이해 불일치 문제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 중 양극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두번째, 재벌그룹과 국민경제의 이해불일치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하청기업의 격차 문제다. 그러나 그 해소방안으로는 주로 실질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보장을 통해 실질임금 격차를 줄이고 중소기업에게  집단 협상권을 주자고 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흔히 불공정 하도급을 해결하면 될 것 같이 얘기하는 일반 언론과는 조금 보는 시각이 다르다.

김진방도 재벌개혁,특히 지배구조 개혁과 경제민주화 사이의 거리를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